엔화 가치 하락의 배경과 일본 경제의 대응: 2024년의 도전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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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 하락: 끝없는 추락의 이유

2024년 현재, 엔화 가치 하락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일본의 외환 당국은 엔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달러를 대량으로 방출했지만, 결과는 더 큰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엔화는 현재 1달러당 160엔에 근접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엔화가 휴지 조각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2024년은 일본 엔화는 터키의 리라보다 더 큰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2024년 1월 1일부터 계산해보면, 엔화는 달러 대비 133% 하락한 반면, 터키 리라는 11% 상승에 그쳤습니다. 이는 엔화가 터키 리라보다 더 큰 하락폭을 보였음을 의미합니다.

엔화 가치 하락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요 원인은 일본의 금융 정책에 있습니다. 일본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양적 완화를 지속했습니다. 다른 나라들이 금리를 인상하고 양적 완화를 줄이는 반면, 일본은 양적 완화를 계속했습니다. 특히, 2023년 1월에는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양적 완화를 단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엔화 가치 하락이 가속화되었습니다.

또한, 일본의 물가 상승률은 2024년 5월 기준으로 2.8%에 불과하지만, 튀르키에의 물가 상승률은 75%에 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화는 튀르키에 리라보다 더 큰 하락폭을 보였습니다. 이는 일본의 물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엔화 가치가 폭락하여 상대적으로 물가가 싸게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일본 경제와 금융 시장의 대응

일본의 금융 당국과 보험사들은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블룸버그의 6월 20일 기사에 따르면, 일본의 대형 보험사들은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일본의 보험사들이 굴리는 외화 자금은 2조 달러에 달합니다. 이들은 환율 변동에 대비하여 환헷지 전략을 사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환헷지 비중이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의 보험사들이 엔화 가치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1달러당 160엔에서 180엔,190엔까지도 하락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보험사들이 환헷지를 하지 않으면서 엔화 가치는 더 하락하고 있습니다. 환헷지를 통해 엔화 가치를 어느 정도 지탱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엔화 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의 경제 상황과 미래 전망

엔화 가치 하락은 일본 경제에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첫째,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해 일본 내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 가계의 실질 소득을 감소시키고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둘째, 기업들은 원자재와 부품을 해외에서 수입하는데, 엔화 약세로 인해 수입 비용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이익률을 감소시키고, 투자 여력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하지만, 엔화 가치 하락은 일본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엔화 약세로 인해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수출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일본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속 가능한 성장은 어려울 것입니다.

일본 정부의 외환 시장 개입

일본 정부는 엔화 가치가 160엔에 도달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외환 시장에 개입해 왔습니다. 2024년 4월 29일, 일본은행은 6조 엔을 시장에 투입했고, 5월 1일에는 추가로 3.6조 엔을 투입해 총 9.7조 엔을 사용했습니다. 이러한 대규모 개입을 통해 엔화 가치를 일시적으로 153엔까지 끌어내렸습니다. 그러나 이 개입의 효과는 두 달도 채 지속되지 않았으며, 다시 159엔을 넘어섰습니다.

또한 2021년 당시 일본의 외환 보유고는 1.4조 달러였으나, 2024년 현재 1.2조 달러로 감소했습니다. 이는 지속적인 외환 시장 개입으로 인해 외환 보유고가 소진된 결과입니다. 특히 일본의 외환 보유액 중 93%는 미국 국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본이 보유한 미국 국채의 금액은 1조 1,500억 달러에 달합니다.

미국 국채와의 딜레마

일본 정부가 외환 시장에 개입하려면 미국 국채를 매도해야 합니다. 하지만 미국 국채를 매도하면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이는 일본과 미국 간의 금리 차이를 더욱 벌리게 되어 엔화 가치를 더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외환 시장 개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재무부 장관 재닛 옐런은 일본 정부에 외환 시장 개입을 자제하라는 경고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일본의 개입이 미국 정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비록 일본의 외환 보유액이 1.2조 달러에 달하지만, 실제로 외환 시장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제한적입니다. 만약 일본 정부가 미국 국채를 매도하지 않고 예금만 사용한다면, 개입할 수 있는 여력은 약 500억 달러, 약 8조 엔에 불과합니다. 이는 지난 4월 말에서 5월 초에 있었던 개입 규모와 비교했을 때 비슷한 금액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단기 국채를 매도할 경우 최대 3,000억 달러를 사용할 수 있지만, 이는 미국 재무부와의 협조가 필요하며, 일본 정부는 옐런 장관의 경고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일본 정부의 외환 시장 개입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금리 인상에 대한 일본은행의 입장

그럼 미국의 금리인상을 기다리지 말고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통해 엔화 가치 하락을 막을 수도 있지 않냐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상황은 매우 복잡합니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일본 경제가 심각한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2023년 8월, 일본은행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보다 낮기 때문에 금융 완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일본의 물가 상승률은 이미 2022년 4월에 2%를 넘어섰고, 그 이후 18개월 동안 2% 이상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은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일본 경제가 금리 인상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하다는 것을 반영합니다.

일본의 금리 인상 어려움

일본의 금리 인상이 어려운 이유는 그동안의 경제 구조와 재정 상황에 있습니다. 일본의 정부 부채 비율은 무려 GDP 대비 252%에 달합니다. 이는 일본 정부가 GDP의 2.5배에 해당하는 부채를 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2024년 일본 예산은 112조 엔이며, 그 중 28조 엔이 국채 이자 상환에 사용됩니다. 이는 전체 예산의 25%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2023년과 비교하면 3%포인트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국채 이자 비용이 급격히 증가해 일본의 재정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2023년에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하고 금리를 소폭 인상했지만, 그 결과 일본의 국가 재정은 더욱 나빠졌습니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0.1%포인트 올린 것만으로도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되었으며, 추가적인 금리 인상은 더 큰 재정 부담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본은행은 국채 수익률을 통제하는 ‘Yield Curve Control’ 정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이 정책을 통해 일본은행은 장기 금리를 낮게 유지하려 했지만, 정책을 완화하고 금리를 인상하자 국채 이자 비용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이는 일본의 재정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따라서 일본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면 일본의 국가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일본 기업 부채의 심각성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정부 부채 문제만을 주목하지만, 일본의 기업 부채도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기업 부채 비율이 GDP 대비 122%로 일본의 115%보다 약간 높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한국의 상황이 더 나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한국 기업들도 아직도 빠르게 성장하는 반도체, 2차전지 등의 분야에 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인 성장 전략을 추구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반면, 일본의 많은 기업들이 한계 기업으로, 빚으로 간신히 운영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일본의 중소기업들은 전통적인 장인 정신을 기반으로 운영되며, 이들이 높은 부채 비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 기업 부채의 상당 부분이 단순히 연명하기 위한 빚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한국 기업들도 부채 비율이 높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성장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의 많은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빚을 지고 있으며, 이는 부채의 질적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즉, 한국의 부채가 비교적 진취적이라면, 일본의 부채는 생존을 위한 것으로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총 부채 상황

일본의 정부 부채와 민간 부채를 합친 비율은 예전에 400%를 넘어섰습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한때 국가 부도를 맞이했던 그리스의 총 부채 비율은 250%에 불과합니다. 한국도 부채 문제가 심각하지만, 총 부채 비율은 250%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일본의 총 부채 비율이 400%를 넘어서는 것은 일본 경제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부채가 많다는 것은 금리가 올라갈 때 경제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튀르키에는 기준 금리가 무려 50%에 달하지만, 경제주체들이 이를 견딜 수 있는 이유는 부채 비율이 낮기 때문입니다. 튀르키에의 정부 부채와 민간 부채를 합친 비율은 100%에도 미치지 않습니다. 기업 부채는 20~30%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기준 금리가 높아도 튀르키에 기업들이 줄도산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일본의 부채 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일본 경제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 높은 부채 비율에 있습니다. 일본의 정부와 기업들은 높은 부채 부담으로 인해 금리가 인상되면 막대한 이자 비용 증가와 재정 악화를 겪을 수 있습니다. 이는 일본 경제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결국 경제 전반에 걸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일본 가계의 금리 충격에 대한 취약성

일본의 기업들이 좀비 기업화된 상황도 심각하지만, 일본 가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일본의 가계는 지난 30년 이상 금리가 거의 없는 환경에 적응해왔기 때문에 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본의 주택 담보 대출 금리는 0.19%까지 내려갔다는 기사가 있을 정도로 낮습니다. 일반적인 주택 담보 대출 금리는 변동 금리의 경우 0.35%, 고정 금리는 1.1%입니다. 이 차이로 인해 일본인의 3분의 2는 변동 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저금리 환경에서 많은 일본인들은 집값의 100% 이상을 대출받아 집을 구매했습니다. 주택 구입 비용뿐만 아니라 부동산 중개 수수료와 인테리어 비용까지 포함해 집값의 105%에서 110%까지 대출받을 수 있었습니다. 2022년과 2023년 동안 이러한 저금리 대출로 인해 도쿄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집값이 폭등했습니다. 그러나 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이러한 변동 금리 대출자들은 큰 부담을 안게 됩니다.

일본 가계의 상당수는 변동 금리 대출을 선택했기 때문에 금리가 0.3%만 올라도 주택 담보 대출 금리가 두 배로 상승하는 효과를 봅니다. 이는 일본 가계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금리가 0.3%에서 0.4% 오르는 것만으로도 많은 가계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집값에 대해 100% 넘는 대출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가계는 금리 인상에 매우 취약합니다.

일본의 경제 구조와 부채 문제

일본의 정부 부채와 기업 부채가 높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정부 부채는 GDP 대비 252%에 달하고, 기업 부채도 GDP 대비 115%에 이릅니다. 이와 함께 가계 부채가 증가하면서 일본 경제는 금리 인상에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튀르키에와 비교하면, 튀르키에의 정부 및 기업 부채 비율은 매우 낮기 때문에 높은 금리에도 경제가 버틸 수 있는 반면, 일본은 그렇지 않습니다.

금리 인상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

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일본 정부는 예산의 대부분을 원리금 상환에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정부 재정에 큰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좀비 기업들도 무더기로 파산할 위험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거의 무이자 대출로 연명해온 좀비 기업들은 금리 인상의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변동 금리로 대출을 받은 가계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예를 들어, 주택 담보 대출 금리가 0.35%에서 0.8%로 오르면, 이는 전년보다 이자 부담이 두배로 늘어나 일본 가계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전략

피치 사는 일본이 내년까지 네 차례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고작 0.4%포인트 인상에 불과합니다. 일본은행은 경제 주체들이 금리 상승에 적응할 수 있도록 천천히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금리가 없던 세상에서 금리가 있는 세상으로의 적응을 위해 최대한의 시간을 주기 위함입니다.

일본의 최후의 희망

결국 일본이 기대하는 것은 미국의 대폭적인 금리 인하입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현재 5.4%포인트에 달하기 때문에, 소폭의 금리 인하로는 일본 엔화 가치를 지킬 수 없습니다. 일본은 미국이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를 매일매일 기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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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c and Financial Research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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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Economic and Financial Research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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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金大煐(キム デヨン), 日本語検討 : 壺坂 咲希(つぼさか さ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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